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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아니 20년은 되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처지고 불룩 나오는 눈밑 지방과  다크서클.
오가며 만날때면 왜이렇게 피곤해 보이냐는 회사동료들의 영혼없는 걱정맨트...(평소에도 그랬거든?) 일하다 말고 문득 사무실 자리에 놓인 거울에 눈이라도 마주칠때면 깜짝깜짝 놀란다. 왠 늙은이가 거울 속 내자리에 앉아있으니 그럴수 밖에.  내 모습임을 인정하고 싶지않은 마음.... 마음만은 지금도 20대인걸...

그렇게 그러려니 하며 참아왔던 인고의 세월들.

어느순간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로부터 라고도 했던가. 이미 많이 진행되어버린 노화의 다양한 흔적들 속에서 그나마 가는 세월 조금 붙잡아 볼 요량으로 큰 마음을 먹고 눈밑 지방재배치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몇년, 아니 몇개월만이라도 시간을 예전으로 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벅찬 기대감 속에.

http://www.oskinps.co.kr/


인터넷 세계에 서울 투탑이라 일컬어지는 지방재배치 전문성형외과를 절친한 지인의 소개로 예약. 상담을 하였다.
다양한 수술방법 중 우리에게 해당하는 수술법 설명. 이건 성형이 아니라 예전으로 원복하는 회복술이라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하며 섬세하고 자세한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상담이 끝나고 인형같이 이쁘게 생기신 코디네이터 팀장님과의 가격협상 ㅋ  격론끝에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 계약서에 사인. 

이번시술...집사람은 부분마취로, 나는 수면마취로 진행 한단다. 한숨자고 나면 위내시경 끝나듯  예쁜 얼굴로 다시 태어날꺼라는 벅찬 기대. 
성형외과 직원인 여동생이  부분마취로 수술하면 힘들거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사람이 살짝 걱정되었지만  미리 말해주지 않기로 했다. 바꿀수 없는 일에  괜한 걱정거리 하나 더 늘려줘봐야  좋을건 없으니.

최 성수기인 12월을 피해 가장 가까운 날짜에 수술 스케줄을 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한 수술날!
 
코디네이터가 수술 전 마지막 설명을 수술방법과 다양한 설명을 실시....
수술은 부분마취로 진행하고 지방채취할때만 수면이라는 말씀...왜? 그냥 수면으로 쭉 가고 싶은데?? 왜 전엔 그런말 없다가 갑자기? 병원 도착 직전까지 평온했던 가슴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그냥 쭉 수면으로 안될까요???

안 됩 니 다. 

흙....부분마취, 맨정신에 눈을 까뒤집히라규????


수술준비를 위한 환복. 허벅지에서 소량의 지방을 채취하여야 하기때문인지 팬티제외 모두 탈의하고 황금색 가운을 입었다.  중국황실 귀족들이 입음직한 황금색.

환복후 몇분간의 기다림...

멍하니 벽을 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이걸 왜 지금 내가 아프지도 않은데 벌벌 떨면서 여기 왜 팬티한장에 가운하나 걸치고 앉아 있지?
애들 두세달치 학원비와 맞먹는 돈을 들여가며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인가. 게다가 수면마취도 아니고!!

이미 카드 결제완료, 의사선생님이 얼굴에 도안까지 모두 마친 이후이지만.... 당장 걸어나가서 계약금 포기하고 취소해버릴까? 아니야 계약금도 돌려달라 해보자. 집사람만 시키면 되자나..

수술중에 갑자기 정전이라도 되면? 지진이라도 나면?? 여기 출입구에 경비도 없던데 갑자기 미친놈이 술먹고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까 뒤집혀져 너덜너덜하게 된 두 눈을 봉합도 못한채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먼가를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눈까뒤집혀 뛰어다녀도 생명에 지장은 없겠지??.  

별 미친 상상의 나래를 펼친 몇분의 대기시간.

그리고 수술실 입장 호출.ㄷㄷㄷㄷ


시키는대로 베드에 가지런히 다소곳이 누으니 팔다리를 수술대에 묶는다.

왜? 아파서 난동피울까봐?

몸을 못가눌정도로 아플수도 있는건가?

갑자기 한기와 두려움이 엄습한다.

등짝에 차가운 무언가를 붙인다. 가운을 들추어 왼쪽 허벅지에 지방채취준비를 하니 들어나버린 내 팬티.  이게 뭐라고 신경이 쓰인다.  여간호사 두명에게나 내 팬티를 보일 줄 알았다면 올때 신경써서 코디 했을텐데.. 

간호사 한 분이 감은 두눈 눈커플을 들어올려  동공에 두방울 톡톡 액체를 떨어트린다. 

"동공마취제 들어갑니다~"

양쪽 눈가를 타고 흐르는 마취제가 차갑게 느껴진다. 이제부터 고통의 시작인가.

뭔가 거즈 같은 것으로 내 두 눈을 덮어 놓으니 청각이 확 예민해지는 느낌.

간호사분들의 바지런한 준비소리들..  스테인레스 용기에 먼가 담기는 소리, 약품정리하는 소리.. 

그리고 허벅지에 뭔가 시원한 걸 뿌린다 

"허벅지 소독할께요~ "


음 뿌리기전에 말해줘야하는거 아닌가? ㅋㅋ  알콜이겠지?  아...이쁜 팬티 입을껄...(....없나?)

오른쪽 엄지에 바이탈체커를 장착시키고 
프로포폴 투입용 굵은 주사바늘이 오른쪽 팔꿈치 안쪽으로 쑥 들어온다.


삑 삑 규칙적인 내 심장박동소리가 흘러나오는 노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 묘하게 쿵짝이 맞는다.

"항생제 부작용테스트용 주사 들어갈께요~ 이번수술중 가장 아프실거에요~~ "

" 아... 으... 아... "

삑삑삑삑 바이탈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와중에
오른팔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진다. 
이게 가장 아픈거라고?? 그럼 음... 참을만 한데?

양쪽 눈에 뭐 거즈를 붙이고 누워  한 10분여간 이런저런 사전절차..
문소리만 나면 바이탈시그널 간격이 빨라졌다 이내 회복...삑삑삑삑 삐익 삐이익...

큰 심호흡으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여러 간호사님들 앞에서 울려퍼지는 요란한 내 심장소리가  살짝 부끄럽게 느껴진다..

또 한번의 문 여는 소리가 나고 수술설명 때, 눈가 수술부위 스케치때부터 느낀 의사선생님 특유의 향기.  

바로 그 익숙한 향기가 나기 시작하였다. 수술용 장갑이 쫙쫙 늘어나서 손에 끼워지는 소리들..

왼쪽 오른쪽, 하얀거탑이 생각이 났다.

드디어 내 인생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주실 집도의 등장!! 이태근 선생님!


"자 이제 시작할께요~ 여성분보다 남성분들이 더 긴장을 많이하시긴 합니다. 걱정되시는거 정말 이해되구요 공감됩니다!! 하지만 편안히 잠시 계시면 모든게 잘 끝나 있을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

나긋나긋 조곤조곤 신뢰감 묻어나는 말투로 내 바이탈을 안정시켜주시는 의사선생님.

믿습니다!! 속으로 외쳐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 항생제주사보다 약간 덜아픈 주사입니다~ "

양쪽 눈 아래에 두서너방씩 따끔한 주사가 들어간다. 부분마취제...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마취가 되었는지 모를일인데. 사람마다 마취되는 시점이 다를수도 있는데..
지지직 레이저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린다. 한층 민감해진 청각. 코끝을 타고 들어오는 살 타는 냄새. 
그 와중에 비의 다음노래가 들려온다. 선곡은 누가 했을까? 
춤을춰야 하는데.  살 타는 냄새...


바이탈체커가 갑자기 삐~~~~~~ 사람이 죽었을때 나던 그소리 나 안죽었는데 심장이 안뛰나??


뭔가 잘못되었는지 간호사 한명이 엄지에 있던 체커를 검지로 바꾼다.

살타는 냄새를 따라 수술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결과적으로 몹쓸짓). 

까뒤집혀진 눈커플 아래 속살을 레이져로 지지고 벌린다음 격막 속에 있는 지방을 넙쩍한 헤라 같은걸로 펴 바르고 있겠지? 피는 철철 흘러내릴테고.. 이 오른쪽 눈 작업이 끝나면 왼쪽눈도 같은 방식으로 하겠지?

왼손에 쥐어진 뼈다귀 실리콘인형을 꽉 움켜잡았다. 갑자기 심박이 느려지고 식은땀이 난다. 쇼크가 오려나..
다시 비의 노래에 집중하며 나가는 맨탈도 피하고 태양도 피하고 ....


여전히 실 자르는 소리,니퍼 와작와작소리, 징징 레이져 가동소리. 그리고 살타는 냄새...

눈껍질을 덥는듯한 느낌, 감촉이 느껴진다. 손으로 덥덥 하는 느낌까지... 오른쪽 눈이 끝나가려나보다.

이제 왼쪽시작. 왜이렇게 시간이 안가는걸까
물리적인 통증은 없지만 정신적 통증은 40분여 내내 지속되었다. 시작할때 맞은 항생제 검사 주사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왼쪽눈도 덥덥하는 느낌. 마무리가 되어가나 싶을 즈음 선생님왈.

 "자 이제 80% 완료되었습니다~ 잘 하셨어요~~"

뭐?80% 아직 20이 남았다고?? 살짝 절망감이 감돌 찰나 나를 레드썬 시켜줄 프로포폴이 들어온다.
싸한 느낌이 팔뚝을 타고 느껴짐과 동시에 드디어 레드썬!


.....이 되어야 하는데 왜 잠이 안오지? 억지로라도 자고싶은데...

"저기요 선생님!! 선생님 저 수면내시경할때도 마취가 잘 안되서 깨던데요.. 약좀 더....ㄷ ㄷ "

선생님이 간호사에게 약을 더 넣으라는 주문이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은 말똥말똥.. ㄷ ㄷ 
자거나 말거나? 허벅지 안쪽으로 깊숙한 통증이 느껴진다. 지방채취... 

"어...으.... "

묵~~찍한 통증.
아 왜 수면이 안되냐고 ㅜㅜ 
자고 있을때 하기로 했자나ㅜㅜ

비몽사몽간에 이런저런말을 주절주절 ..
"선생님 저 수술 끝나고 맥주먹어도 되나요"
"한잔 시원하게 하고 주무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저 근데 간호사님 맥주 진짜 되나요?"
"ㅎㅎ 첫날은 참으세요~~"


비몽사몽 말도안되는 말들을 쏟아내었나보다. 그래도 하나하나 성심껏 받아주신 의사선생님, 간호사님.
cctv가 돌고 있어서? 아니 그분들의 환자를 향한 봉사 마인드와 인성이 되어서겠지. 
 
마지막으로 미간에 보톡스 두방 써비스!


그리고 드디어!!!
길고길었던 1시간여? 수술이 끝나고 비몽사몽 수술실 밖으로 걸어나왔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처다보는 아내.
그리고 그녀도 이내 끌려 들어갔다. 그래 내 걱정이 아니라 본인 걱정이겠지? 들어가는 길에 한마디
너가 훨씬 쉬운 수술이니까 금방 끝날꺼야~ 걱정말구 홧팅!!

그리고... 

반전이 일어났다!

퉁퉁부은 눈에  피눈물이 고여 나타난 아내. 난 붓기하나 없이 멀쩡한데 ㄷㄷㄷ
시술방법이 다르다곤 했지만 수술전 상태로만 봤을땐
내 수술이 100이라면 아내는 10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론 완전히 그 반대의 상황.

우여곡절 끝에 수술이 끝났다.

이제 차분히 수술부위가 잘 아물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만 남았다.  잘되었겠지???

 

 

 

수술전 후 얼마나 변화했는지 다시 포스팅예정입니다. 좀 변해보자 제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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