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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7일. 절기상 "백로"인 그 날은 여느 사람들에겐 별다를 게 없는 일반적인 날이었을 겁니다. 저또한 그냥 그런 날 이었지요. 하지만 그날은 제게 비로소 20년이 넘도록 매일 하루라도 곁에 없으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던 절친을 멀리 보낸 첫날이었습니다. 그 이름 "담배"


친해지기 싫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이상한 놈을 저는 밤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백로에 금연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벌써 만 8개월이 지났네요. 그동안 단 한가치의 담배도 폐속으로 넣어본 적이 없습니다. 챔픽스를 먹고도 끊지 못했던 담배를 저는 어찌 뚝. 하고 끊을 있었을까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몇가지 이유가 있는 듯 합니다. 

<금연하기 좋은 날 -백로 이억영 네이버 발췌>



첫째. 담배 끊기 좋은 날은 없습니다.

새해가 시작할때, 아이가 태어날 때, 군 제대를 할때 등 담배 끊기 좋은 날이라 생각되는 날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유의미한 날은 다시 담배를 피게 만드는 동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유의미한 날이 오기까지 몇일이든 몇주든 그 기간은 공식적으로 흡연이 가능한 구간이 됨으로써 지금 담배 한가치를 입에 물수 있게 되는 변명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담배는 금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난 지금 그냥 아무런 조건없이 끊어야 합니다. 아직 남은 담배가 있으니 이것만 다 피고 끊겠다 생각하지 마세요. 그럼 분명 다시 편의점에 가서 비교적 혐오감이 덜한 그림이 그린 담배를 손으로 콕 가리켜 주문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주변에 흠연자에게 담배를 주던지 그냥 콱 분질러 버리시기 바랍니다.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안피면 그만큼 매일매일 돈 버는 거니까요. 

둘째.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긴장하며 검진결과를 기다리다 정상이라는 결과지를 들고 다시 담배 한모금 빱니다. 특히 폐는 한번 나빠지면 복귀할 수 없는 장기입니다. 나빠질때까지 기다렸다가 금연한다는 것 자체가 넌 센스 입니다. 

그리고 나의 건강은 오로지 나만의 것 이 아닙니다. 내 건강문제로 슬퍼할 부모님, 형제자매는 차치하더라도 나에게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회사마저 논외로 하고도 영롱한 눈망울로 아빠만 졸졸 쫒아다니는 아이들과 오매불망 저의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아릿다운 아내에게 씻지 못할, 극복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주게 될 것이기에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담배는 끊어야 합니다. 


덤. 나라에서 선물도 준답니다.

저는 최근에 국민건강보험으로 부터 두가지 선물을 받았습니다. 금연을 결심하고 지인이 운영하는 근처 치과에서 금연클리닉에 등록하여 성공적으로 금연에 성공한 보상으로 체중계와 전동칫솔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미 집에 샤오미 체중계가 있지만 이제 안방에도 체중계 하나 놔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살을 빼야...살 뭔가 상 같은거 안주나요?

국민이 내는 세금(정확히는 건강보험료)으로 십수만원 하는 상품을 받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만 그만큼 금연기록을 매일매일 경신하고 있는 저에 대한 나라의 보상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아쿠아픽 전동 칫솔 +_+, 간지 선물 #1>


<별다른 기능 없는 디지털 체중계 , 간지 선물 #2>



챔픽스, 패치, 이런저런 금연도구들을 너무 믿지 마세요

그냥 의지하나면 끝나는 문제입니다. 저는 1994년 말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약 22년 흡연생활을 하였네요. 흡연을 즐긴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 최소 20년동안은 금연해야지요.  저의 건강, 가족의 안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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