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코로나브레이크로 수영장 집합금지 첫날아침.
눈을 뜨자마자 무심결에 일어나 앉아 시간을 확인하니 6시30분.
수영장을 못가니 뭐라도 해야할 텐데 혹한의 날씨에 달리기는 엄두도 나지 않고
거실로 나가 홈트라도 하면 부시럭거리는 소리로 가족들의 소중한 새벽단잠을 방해하는 
개념없는 아빠가 될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에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이불 속에서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한번 깨어버린 잠은 다시 오지 않고..
옆에 자고있는 집사람을 툭툭 건들기도 하고 어제 봤던 뉴스말고 
밤사이 새로운 뉴스가 있나 휴대폰을 만지작 만지작. 그래 기자양반도 사람인데 자겠지 설마 새벽에 재미난
기사를 쓰기나 하겠어?

그렇게 하루하루 수영과 멀어지고 운동과 멀어지고 나니 저녁시간 일찍 잠자리에 드는게 무의미해짐을 느끼고
난 후부터는 매일매일이 야식 파티다. 
뭉치네 노가리, 피데기, 갑오징어 찜, 처갓집 외갓집 통닭 등 무궁무진한 야식 안주와
카쇼, 쉬라즈, 말벡 등등 생전 듣보였던 와인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무럭무럭 뱃살을 키워 나갔다.
.
.
.
.


한 달이상 동안 계속된 수영장 집합금지 덕분에 얻은 뱃살과 나태해짐이 극에 달할때쯤 드디어 수영장 재오픈.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수영장 오픈!! 볼록나온 뱃살과 사라져버린 삼두근으로 수영이라는게 될까? 접영 어떻게 하더라?
아니 물에 뜨기는 할까?.
오만 잡 걱정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와중에도 함께 땀흘리며 수영하고 즐거워했던 그리운 동료회원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어서빨리 수영장에 가고싶다.
이마에 "과묵남"이라 써붙여 놓은 듯 과묵해 보이던 1번 인자강님의 천진난만한 입가미소도 그립고
물보라 가득 발차기로 한바퀴를 따라붙어 앞질러 가시던 모형님도 그립고
코마개 끼고 물속에 들어가 다리부터 쭉 나오게 하여 360도 회전하는 묘기를 시전하시던 리나님도 그립고
"접영이 너무 힘들어요"하시던 50미터 37초 플랫 찍던 나리님도 그립고
50미터 잠영을 식은 죽 먹듯하며 IM100을 1분 23초에 찍던 생체자격소유자 유병재도 그립고
다리가 길어 물에 잠긴다며 속상해 하시던 JN형님도 그립고
항상 우리 회원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적극적으로 지도해주시던 J쌤 형님도 그립고.
수영장 물도 그립고
데크도 그립고
풀 내려오는 계단 타일도 그립고
이 모든 그리움을 오늘 씻어 버리게 된다니.
몇년을 함께 했던 수친들을 만날수 있다니....

#2
1/18 핀데이
부푼 뱃살과 기대를 함께 들고 수영장에 들어섰다. 로비 커피숍사장님, 키받아 주시는 직원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여기저기 익숙한 얼굴들이 모습을 들어낸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자 한기가 확 느껴진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라커룸과 집기들이라 그런지 더더욱 추운느낌 이랄까. 앞으로 점점 따뜻해 지겠지?

환복을 하고 계단을 따라 수영장 풀로 내려왔다. 막 수업을 끝낸 6시부 회원님들. 눈인사정도 하는 사람들인데도
반.갑.다. 이런일상.

오늘은 월요일 핀 데이. 내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수업시간. 그래도 열심히 해놔야 오픈워터에서 편안해질테니!
게다가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기 그지 없다.
핀 바구니에 모셔둔 숏핀을 꺼내 들고 데크 앞에 놓아둔 다음 물속으로 풍덩.

모형님 선두로 킥판 발차기 웜업이 시작되었다. 뒤를 이어 나리님 리나님 인자강님이 따라나서고 나는 마지막 주자.
오랜만에 발차기 힘들다. 3바퀴째던가 허우적허우적하는 나를 오른쪽에 두고 1번 모형님이 지나쳐 가신다. 추월.
당해본 사람만 느낄수 있다는 미묘한 부끄러움? 뒤를 이어 나리님도 나를 추월...추월...추월...
미묘한 부끄러움이 계속된다. ㄷㄷㄷ 

오랜만에 하는 수영강습이라 J쌤이 어깨에 무리가 가지않도록 특별히 발차기 위주의 컬리큘럼을 짜오셨다. 
참 인자하신 선생님. 
크롤킥으로 400미터 사이드킥으로 200미터 하고나니 왼쪽 발목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찌릿찌릿. 
얼마만에 하는 수영인데 절대 부상당하면 안된다. 살랑살랑 발목을 풀고 최대한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발차기를 자제하였다.ㅋㅋ
이번주는 접영주간인가보다. 숏핀을 끼고 두 팔로 물살을 가르면 허리까지 쭉~ 나오는 상체. 그래 이게 접영의
찐맛이지. 아 너무 상체가 올라왔나? 몇번 들락거리니 숨이 가빠진다. 그래 아직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자나.
살살하자. 
마지막 25미터 접영대시 4개로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반가운 여러 익숙한 형아우님들과 인사. 그동안 코로나와 함께 수영없이 지내온 여러 담소들을 나누고
풀을 나섰다. 
다시 수영장 문 닫는일 없이 앞으로 쭉 함께 운동하기를!!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