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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일기

크로스오버 턴? -20210216

likehood~ 2021. 2. 16. 11:44

2/16 자수

눈을 떴다. 6시30분. 왠일로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경험상 이런 상태로 수영장에 가면 몸상태가 언제 그랬냐는듯 가벼워진다.
힘들지만 침대를 박차고 나와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어제 입은 남색 니트에 코트를 입고 갈까. 아니야 오늘 춥고 눈까지 온다 했으니 
따뜻한 파카를 입자. 데상트 흰색 니트에 두툼한 블랙야크 파카.

양말장을 열어 가지런히 정돈된 각양각색의 양말을 바라본다.
어떤걸 고를까. 아무도 노관심일 내 양말색깔을 고르느라 수 초를 허비한다.

새벽 침실주변 활동은 엄청난 민감한 사안이다. 혹여 곤히잠든 사자를 깨우기라도
하면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최대한 조용하게 까치발을 세우고
조심조심 옷장문을 여닫는다. 까치발 덕분에 걸을때 쿵쿵소리는 나지 않지만
무릎에서 딱. 따닥 하는 소리가 난다. 연골이 삭았나? 그 소리마저 사자에게 누가될까 신경쓰이는 난 정상인건가.

수영장 샤워실에 들어서니 인자강님이 샤위기 물을 틀어놓고 참선 중이다.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 속에
그 큰 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것이 신기하다. 언제부터 참선 중이었을까. 
늦게 온 내가 먼저 풀로 내려가고도 한참을 있다가 내려오시는 인자강님. 물줄기 참선 시간이 궁금하다. 쓸데없는 호기심.

88체육관이 문을 닫는 바람에 복작복작 레인마다 수영인들로 바글바글이다.
그 틈바구니속으로 풍덩. 스탓.
아무 생각없이 뛰어들어 접영시전..

'아.. 나 뭐하고 있는거지?'

잠깐의 후회. 갑자기 어제 본 생체관련 블로그 글이 떠오른다. 시험 땐 웜업시간 없이 바로 IM.

그길로 접배평자. 90%이상 출력으로 달렸는데 도착 후 시계를 보니 135에 125m가 찍혀있다.

'역시 가민...썩을...'

스탓이 인식이 제대로 안된 모양이다. 분명 130안에 들어왔을텐데...가민을 핑계로 정신승리.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함께 훈련하기가 쉽지 않다. 한 레인에서 줄지어 쌩쌩 달리면 분명 여러사람들
말이 나오리라.
조신하게 레인끝에 매달려 있다가 나리, JH따라 평영, 배영 등등 쉬엄쉬엄 하는데도 평영은 왜 이렇게
힘이 드는걸까.


그렇게 한시간 여 시간이 흐르고 평소같으면 일찍 퇴수하시는 JH님이 계속 물속에 계신다. 오늘 쉬는 날이신가?
이런저런 연습중 배평턴 이야기가 나오자 JH님이 뜬금 배평오픈턴은 어찌 하는건지 시범을 보여 달랜다.
음.. 그건 어렵지 않은데? 천상계 계신분이 그게 여태 안되시나? 

"이렇게 쭉 가서 ..이렇게.."
간단하게 시범을 보였다. 

"아.."

턴 시범을 끝내고 보아하니 생체 도전해도 충분한 기량이시라 호기롭게 JH님께 제안을 했다. 

"우리 생체준비할껀데 혹시 생체 같이 한번 해보실래요?? 턴은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잘되니까 뭐..궁시렁..궁시렁.."

"아..저..근데......있어요..ㅋㅋㅋㅋㅋ"

"아.......대박.....언제 따..땃어요?"

"음..4년됬나??..ㅋㅋ"

이미 있단다. 

그것도 4년전에. 

그것도 실기를 1:31초로 통과...

im 131초 나오시는 분께 배평턴은 이렇게 하는거에요~ 라고 말해준 나. 
아까의 그 감탄사는 분명 '애걔..그거밖에 안되?" 쯤 되는 것 이었으리라..ㅋ
굴욕감과 패배감이 온몸을 휘감싸며..

"JH님 혹시 저 메기는건가요?"

깊숙히 먹었다.

131이면 남자들도 쉽지않은 기록이다. 연습전엔 몇초였나고 물었더니 143정도 였단다. 훈련으로 10초이상을
줄일 수 있다니.. 젊어서 그런가 수영천재라서 그런가. 대단하다..ㄷㄷ

경외심과 존경심을 가득 머금고 있는데 뜬금 크로스오버턴을 보여달랜다. 흠..이것도 메기는거 같은데?



"이렇게 누워서..팔을 펴고...머리는 왼쪽아래로.. 팔은 뒤로 이렇게 넓게 돌려서 발 뒤꿈치를 친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자세한 설명과 함께 멋진? 시범을 보여줬다.

"아.."

저 감탄사는 또 뭘까. 불안..ㅋ

다행히? 크로스오버턴은 처음인가보다. 자꾸 백턴에.. 허우적.. 팔동작도 안되고.. 시선처리도 안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연습연습.

'아 이게 왜 안되지???'

보통 좀 하다가 안되면 포기하기 마련인데  나리, JH님 끝없는 연습. 두 분다 집요한 면이 있다.
그러니까 저리 수영을 잘하지.

오랜시간동안 턴 연습에 매진하는 두분 덕분에 나도 덩달아 시범인듯 연습인듯 시범아닌 연습을 하게 되었다.

내일되면 보란듯 다시 몸은 리셋이겠지만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어느순간 간지나는 크로스오버턴이 본인 것으로 되어 있으리라.


....근데 난 오늘 뭐한걸까. 어깨가 왜이리 아프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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