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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27 (월) 수영일지 (롱핀데이)
    총 목표 2600m

      - 웜업 600m
        1. 발차기 200m
        2. (핀) 자유형 200m
        3. (핀) IM 200m

      - 자유형 2000m
        4. 목표 2000m (40s 페이스)
        
    recorded by  인자강

오늘은 블랙간지가 좔좔 흐르는 신상(내기준) 롱핀을 신을 수 있는 롱핀데이다.
발차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월요 핀데이가 반갑지는 않다.


하지만 혹시 모르잖은가 그동안 핀데이가 반갑지 않고 힘들었던 이유가 오래된 롱핀의 기술적 결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혹시모를 기대를 안고 롱핀도 안고 수영장에 도착했다. 
환복을 하고 샤워장에 들어서느 멀리서 들려오는 강사님의 체조구령소리.

샤워중일때 듣는 저 체조 구령소리가 참 좋다- 설렁설렁 씻고 내려가면 웜업발차기 두바퀴쯤 빠지겠지?-

JS형님이 온몸에 비눗칠 중이다. -난 수영 끝나고 하는건데- 사람마다 수영하기 전 루틴이 제각각이다. 수영복 입고 샤워하는 사람, 샤워하고 수영복을 입는 사람,  샤워할때 비눗칠 하는 사람,  온탕에 몸을 데우는 사람, 이닦고 수영하는 사람,  수영하고 이닦는 사람, 이는 집에서 닦고 오는 사람 등등.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일상 하나에도 사람사람마다  제제각각이니 세상만사 요지경.

체조구령소리는 이미 멎었다.체조가 끝났으니 웜업발차기로 수업시작! 

총 4바퀴 웜업 발차기 중  두어바퀴 쯤 지났을때 느긋하게 풀에 도착하여  레인앞에 널부러진 킥판 하나를 들고 풍덩 물속으로 들어간다.- 두바퀴 체력 벌었다. 왠지 이득?- 평소보다 물이 차가운건지 내 몸 상태가 별로인건지 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엇! 물이 차네~" 

두바퀴째 발차기를 마치고 돌아오시는 JN형님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하는 혼잣말을 들으신건지

"하나도 안차가워~"

몸에 열이 좀 나면 추위는 곧 사그라들리라.

예전엔 웜업 발차기 그게 뭐가 그리 싫은지  크롤킥반 평영킥반, 양념반 후라이드반 나눠서 했는데 요즘은 나름 정석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여전히 힘은 들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하다보면 체력이라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밥만주면 발차기는 하루종일 계속할 수 있어요~. 배고파서 못할 뿐이죠!" 
라며 환하게 웃던 꾸밈없는 미소의 TE씨 모습이 잠시 떠오른다.

발차기가 끝나고 드디어 핀강습. 

핀이 물을 먹어 쪼그라들었는지 꽉 조이는게 저번주에 꼈을 때 보다 더 불편한 느낌이다. 

자유형 네 바퀴, IM200 웜업 페이즈가 끝나고 나니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해메이는 하이애나처럼 뱅글뱅글 풀 가장자리를 뱅뱅 도시던 강사선생님이 왕 초시계를 들고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나셨다.  

엇 뭐지. 오리발 인터벌인가? 연수반 풀장에 긴장감이 감돈다.


"자 오늘은 롱핀 장거리입니다. 40초 페이스로 40바퀴도는겁니다. 총 2키로미터!! 왕 초시계가 여기를  가리킬때까지 도시면 됩니다. 선두는 시계 잘 확인하면서 돌아주세요~ 고고고!!"

레인 개방 하여 상급연수반 합동 뺑뺑이 이후 처음하는 장거리 훈련이다. 40초페이스로 2키로? 가능하려나?  
분명 내 발바닥에 쥐가 나리라. 

핀만 신으면 날아다니시는 오리발러 리나님을 필두로 2km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대여섯바퀴쯤 지나자 정신이 혼미해진다. 몇바퀴 정신없이 더 돌다보니 더이상 세어봐야 안맞을 바퀴수에 연연하는게 의미 없음을 느낀다. 

양쪽에서 흔들리고 있는 건 팔인지 지느러미인지 어깨가 팔을 돌리는건지 팔이 어깨를 움직이게 하는건지..,

엄청 무거운 무언가가 발에 붙어있는데 이게 오리발인지 무게추인지. 
앞사람 꽁무니를 좇아 한참동안 힘겹게 팔을 저으며 뱅글뱅글 돌다보니 젓고 있다보니 앞서가다 잠시 서 계신 
리나님의 한마디 외침.

"XX바퀴 남았어요~"

몇바퀴 남았다는 소리를 들은거 같은데 설마 아직 '스무'바퀴는 아니겠지? 무로 끝나는 다른숫자가 있던가. 

설마 스무바퀴는 아닐꺼야. 지금까지 얼마나 뺑뺑 돌았는데 이제 겨우 스무바퀴만 돌았을라구.

벽차기를 몇개나 했는데 설마설마 스무바퀴가 남은건 아닐꺼야. 설마..
그러고 얼마나 더 뺑뺑 돌았을까. 누군가 자꾸 발을 잡는다. 발목이 잡힐것 만 같다. 내 뒤를 이렇게 바짝 
쫒아오는 사람이 누구지? 턴하면서 확인하니 선두에 계시던 리나님이다. 엇 선두가 꼬리를 잡은건가?? 설마 한 타임 쉬셨겠지 설마.

좀 빠른 템포로 스윔을 해야겠구나. 발을 터치할 때마다 쉬고있던 발차기를 한다.

발차기가 느슨할만 하면 어김없이 발터치. 아... 쉴 수가 없구나.  조련당하고 있는 경주마가 된 느낌. 나도 한타임 잠시 쉬어야 하나? 
꾸역꾸역,뱅글뱅글 수영장을 돈다. 그러다 갑자기 구원이 손길!  
턴을 하려는 찰나 물 속으로 누구인지 모를 손이 쑥 들어오더니 내 팔을 확 잡는다.

"잠시대기!"

강사선생님이 내팔을 잡고 멈추게 하셨다.

'아싸 40바퀴가 끝났나 보군!!'

근데 왕 초시계가 가르키는 분침이 아직 목표시간에 이르지 않았다. 
뭐지. 내가 그렇게 빨리 돈거 같지는 않은데..?
뒤따라 오던 분들은 쉬지않고 턴을 하고 다시 고고. 그래..아까 쉬셨던 분들 바퀴수 채우려고 가시나보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장쌤형님이 저멀리서 

"거기 출발!!" 

거기어디? 나?  나 다돌았는데? 

"거기 그만쉬고 출발!"

빠른 뒷사람 길 터주라고 쉬라고 하셨던 거였다... 그래 그럼 그렇지.  ㅋ

그리고 목표했던 바퀴수는 못채웠지만 목표시간에 도달.


오랜만에 했던 장거리 핀 훈련. 

온몸에 열감이 올라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그래도 뭔가 큰일 하나 해냄에 대한 뿌듯함. 수영부심 +1


회사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데도 아침에 한 훈련의 영향때문인지 붉게 물든 얼굴. 

 

왠지 뿌듯하고 빨게서 부끄러운 하루.


끝.



덧>
1.
오늘 오랜만에 신입회원님들이 세분이나 오셨다.
새까만 콧수염을 휘날리시며 연수반에 입성하신 남성회원님 한분, 
상급반 레인 물속에서 YA님께 길을 묻던 남성회원님 한분과 또 한분.
상급반은 이제 슬슬 성비가 맞아가는듯 한데 연수반은 왜 모두 남자일까. 연수반 7시부에 성비 불균형은
언제쯤 개선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2. 신입회원님 처음 오시던 날 바로 단톡방 영입 및 수모판매를 하였으나 부작용이 있는 듯 하여 꾸준히 며칠
나오시는 상태를 봐서 영입+영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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